오직 뇌의 가호뿐!
by 뇌의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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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분실/망실/실종 증상의 전형적 행동
좀비와 흡사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주의!
위의 사진은 연출된 것으로, 어린이청소년은 물론 성인도 함부로 흉내 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해당 연기자는 뇌 분/망/실종 연기 분야 공인 1급 자격증 보유자입니다.






[라이프뇌그]에 있는 영화 6편은 내래 왕년에 영화공부 하기 직전의 시점에서,

SF광으로서 꼽았던, 가장 좋아했던 SF영화들.

그래서 당시엔 저 영화들을 연출한 여섯 명의 감독을 가장 좋아했다.


<스타워즈> 조지 루카스

<이티> 스티븐 스필버그

<2001: 우주 오디세이> 스탠리 큐브릭

<터미네이터> 제임스 카메론

<로보캅> 폴 버호벤

<에일리언> 리들리 스코트


스필버그는 <제3종 근접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3rd Kind)> 때문에 꼽았지만

엠파스 영화에는 그 영화가 없고 외국 사이트는 연결할 수 없어서 <이티>로 대신했다.

사실 순전히 재미만 놓고 따진다면 당연히 <이티>가 낫다.
스코트는 (훗날) 사실상 <블레이드 러너>가 대표작으로 꼽히지만,
그 당시에는 아직 그 '저주받은 걸작'을 보지 못했고, 제작한 지 10년이 넘어
감독판으로 바뀐 재개봉(한국 첫 개봉) 때에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자, 그럼 문제 나갑니다!

저 6명의 감독 중 유독 한 사람만 빼고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답은 아래쪽을 '콕' 찍어서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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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뇌의가호 | 2014/01/19 15:41 | 뇌, 뇌, 뇌! | 덧글(17)
트래클 카론과 함께 하는 위장무늬 이야기

주제: 위장색의 개념, SF의 기능, 문명 성찰, 위장 패턴과 확률론


애초에는 앞에 올린 고기동 궤도식 강습차량 ‘카론’ 디자인 얘기에 이어졌던 것이었는데, 몇 차례 손을 보면서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별도로 올리게 되었다.


 위장무늬에 대하여  


카론 바로 앞에 디자인했던 지크프리트는 가장 단순하고 어설픈 위장무늬를 그렸다. 아무리 독특한 차량을 디자인한다고 해도 그럴 생각이었다. 제3세력인 ‘구국단’은 뒤늦게 생겨난 세력인 까닭에 많은 점에서 미비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유의 위장 패턴도 없다.

그런데 이어 지클린데의 입체감 작업을 마무리하고 카론까지 그리다 보니 위장무늬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청년의 군복을 잠시 살펴보다가 한국군의 ‘디지털 위장무늬’ 도입을 다시금 생각했다.

전에 개마 장갑전투차 후기에서 말한 바 있지만 군용 위장색의 목적은 우리의 뇌에 박힌 협의의 위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어린 시절에 동물들의 보호색에 대해 배우고, 군대에서도 “적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을 강조하기에 위장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눈에 띄더라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게 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때도 말했지만 엉뚱하게도 그런 사실은 과학 월간지 <사이언스> 앞부분의 뉴스 모음을 통해 알았다.

그 기사는 기존 미군 차량의 우드랜드 위장보다 나토 3색 위장이 효과적이라는 내용이었다. 꼭 ‘은닉’만이 아니라 눈을 혼란시키는 것도 중요한 이유는 차종을 알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일단 정찰병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전투 부대가 적을 발견했을 때에도 사용할 전술이나 무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로 철갑탄으로 화물 트럭을 공격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짓이고, 전차에 고폭탄을 쓰는 것도 유효하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얼룩무늬가 눈을 혼란시켜 조준을 어렵게 한다. 단적인 비유를 들자면, 양궁 경기에서 과녁에 얼룩무늬를 칠해 놓는다면 어떨까?

지금도 한국 육군 차량이 사용하는 우드랜드 위장은 암록색과 갈색이 큼직큼직한 부정형의 형태로 어우러지고 거기에 버프(옅은 황토색)와 검은색의 ‘띠처럼’ 가늘고 자잘한 무늬가 들어간다. 현지에서 페인트를 구입해 칠하는 부대들은 버프 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푸른빛이 감도는 회백색에 가까웠고, 광택까지 나서 위장은커녕 오히려 돋보일 정도였다. 띠의 굵기에 변화가 없고, 끝부분들을 예리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다. 어두운 검은색이나 버프처럼 밝은 색은 아마도 복잡한 지형지물과 수목 틈새로 보이는 그늘 혹은 반사광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띠들의 굵기가 일정하고 끝부분이 두루뭉술하니 척 보기에도 인위적인 느낌이 나는 것이다.

미군이 나토 3색으로 바꾸었음에도 한국군은 따라서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말 그대로 나토 가입국 공용의 위장이라 그런 듯하다. 미군만의 위장색이라면 따라하지 않았을까? 이웃한 일본군(자위대라고 하기에는 너무 막강하지 않은가?) 사진들을 보면 군복이나 차량이나 채도가 무척 낮은 색들이 어우러져 싸구려처럼 보이는데 아마도 일본의 환경에는 그런 위장색이 가장 적합한가 보다. 어쨌든 저인시성(低認示性, low visibility)은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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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뇌의가호 | 2013/02/04 17:11 | 메카뇌즘 Mechanoesm | 트랙백 | 덧글(0)
고기동 궤도식 강습차 모토베르디 ‘카론’

주제: 무한궤도 형태, 설계, 기능성, 모터바이크의 역사, 명암 디자인



“이번엔 완전 사다리꼴이다!”


영화 광고 멘트를 흉내 내 보았다.

지난번에 모처럼 전투차량을 디자인하고 나서 의욕은 더욱 팽배했다. 겨울이라 산책도 운동도 뜸하고 자연 생태계(거미를 비롯한 절지동물) 관찰은 아예 불가능하니 글이나 쓰고 디자인 따위나(크학학!) 해야지.

지난번 지크프리트 디자인 이야기에서 디자인 뇌의 한계점을 강조했다. 3년 만에 디자인에 매달리자 장단점이 있었다.

2009년 후반의 집중적인 신생산시에는 기량이 늘고 감각이 예민해졌지만 ‘현대 무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고기동 궤도식 강습차량(트래클)에 관심을 보이며 의견을 주신 분들 덕분에 보다 새롭고 기능적인 형태에 주목했다. 또한 SF적인 느낌이 너무 강하지 않도록 절제해 왔었는데 그런 유형에 대한 지지도 있어서 해묵은 갈등에서 벗어났다.

몇 년 디자인을 떠난 사이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장점: 3년 전에는 ‘현대적인’ 차량의 디자인에만 집중적으로 매달리다 보니 보다 참신한 시도가 쉽지 않았는데 그것을 깨뜨렸다. 또한 몇 년 동안 많은 아이들, 청소년들과 어울리다 보니 정서에 변화가 생겼다.

단점: 물론 디자인 감각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몇 년 동안 생물만 상대하다 보니 메커니즘 쪽의 뇌가 많이 약해졌다.

그러나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컸고, 휴지 기간을 통해 새로운 각도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감각이 줄어든 것은 몇 번 작업을 하다 보면 곧 되살아난다.

모형 애호가들은 SF적인 기계들을 ‘메카닉’이라고 불렀는데 주로 로봇, 정확하게는 사지 혹은 팔이 달린 기계를 의미했다. 내가 왜 ‘로봇’이라는 표현을 신중히 쓰는가 하면 사전적 의미 그대로 로봇이란 ‘자동으로 일을 수행하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이 올라타서 조종하는 기계를 로봇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리로 걷는다고 모두 로봇은 아니다. 나는 이런 유형의 기계를 보행차량이라고 부른다. 전투용 기계라면 보행병기라고 부른다.

2009년 여름에 이곳에 올렸던 아퀘이브(ARCWAV)는 4족 보행 무인 자주포인데 ‘원격조종 무장 보행차량’의 영어 약어이다. 산업 현장에서 스스로 중량물을 운반하는 무인 기계를 개조한 것이므로 사실상 로봇이라 할 수 있지만 전투용으로 쓰이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발포하지는 못하고 사람이 조종하게 했다. 이런 경우 넓은 의미에서는 로봇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제식으로 운용될 때는 용도에 의한 분류가 따르므로 단순하게 로봇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보다 미래적인 감각에 눈을 뜬 덕분에 모처럼 디자인을 하면서 최초로 작업한 지크프리트는 정말 참신한 차량이 될 뻔했다. 다만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독특한 시도를 포기했고 결국 그리 참신하지 않은 차량이 되어 버렸다.

·근본적인 문제는 암(arm) 하나로 앞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하는 동시에 완충 작용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디자인 후기를 쓰다 보니 뒤늦게 해결책이 나왔다. 그래서 곧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뒤를 따랐다. 오랜만에 시도해 며칠에 걸쳐 완성한 지크프리트가 미래적이지 못하고 그저 현대 차량 수준에서 끝나다 보니 다음 차량에까지 영향을 미쳐 차체의 형태가 그리 독창적이지 못했다. 어째 크고 작은 상자를 쌓은 듯한 형태라고나 할까? 레고 놀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크학학!)

물론 독창적으로 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독창적이기는 하되 너무 튀면 안 된다. 즉 일본 SF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직선과 곡선이 잘 조화된 독특한 선의 흐름을 도입하면 자칫 ‘딴 나라’에서 온 것처럼 되어 버린다. 바이크나 항공기라면 몰라도 이것은 엄연히 제식화 된 전투차량이니 기존의 것과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기존과 새로운 시도의 조화라는 것, 그게 가장 어려운 점이다.

둘째, 마우스만으로 작업하기가 무척 어렵다. 일단 머릿속에서 그린 것을 화면에 옮기는 과정에서 감각이 실종된다. 예술적, 혹은 창의적 감각이란 쉽게 증발할 수 있어서 손발을 움직여 빨리 기록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번 종이에 대충 그린 뒤에 작업할 수도 없고.

또 하나의 문제는, 내키는 대로 신나게 디자인하다 보면 선의 흐름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야 한다는 것인데, 모처럼 디자인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빠른 시간 내에 결과물을 내고 싶었다.

그때 문득 머릿속을 스친 것이 있었다. 차체 양쪽 앞으로 뻗은 암에 차바퀴 대신 궤도를 장착한 형태는 어떨까? 궤도차량은 궤도 자체만으로도 독특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사실 궤도가 포인트이다. 그런데 앞쪽 바퀴가 기다란 암에 매달려 있다면 꽤 참신한 형태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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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뇌의가호 | 2013/01/29 15:11 | 메카뇌즘 Mechanoesm | 트랙백 | 덧글(0)
무기여, 다시 한 번 - 4륜 장갑 지휘차량 지크프리트

* 이번 제목은 영화 <무기여 잘 있거라>를 패러디한 것이다.




新생산시대 이후 어느새 3년이란 세월이 후닥닥 지나갔다!

2009년 말부터 2010년 2월 사이에는 틈틈이 차량이나 항공기 디자인에 대한 글을 올렸다. 한편으로는 꾸준히 디자인에 매달렸는데 무려 8개월에 걸친 작업이었다. 그러다가 ‘디자인 강좌’를 한 직후 너무 지치고 진저리가 나서(크학학!) 당시 새로 작업하던 신개념 고기동 궤도식 강습차량(THiMAVe) ‘지클린데’는 명암 작업 막바지에서 중단하고 말았다. 강좌를 위해 이전에 완성했던 여러 작품의 작업 과정을 하나하나 스크린샷 하며 편집하는 작업은 디자인 자체보다 훨씬 뇌를 혹사했기 때문이다.

※ 고기동 궤도식 강습차량이란 바이크 형태를 한 소형 무한궤도 장갑차량으로, 영어로는 트래클(track + cycle), 독일어로는 케토레더라고 불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후 디자인에서는 손을 떼고 있다가 그해 7월에 급히 다시 한 점을 작업하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급히’ 한 것이라서 성의가 부족했다. 그저 욕심만 앞섰다고나 할까? 그나마 그 전년 여름부터 80점 정도를 디자인하며 몸에 밸 대로 밴 감각 덕분에 완성도는 높은 편이었다. 문제는 디자인 자체가 참신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다시 손을 뗐다. 다른 할 일이 많았기에.

2013년 들어 모처럼 이글뇌스에 들러 이것저것 들춰 보다가 내가 디자인에 대해 연재한 글들을 읽게 되었다. 그동안 이 분야를 떠나 있었던 뇌가 다시금 꿈틀거렸다. 어린 시절부터 평생 관심을 가졌던 것이기에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곧 다시 관심을 갖게 된다. 결국 그 자리로 돌아오니 나는 역시나 우주유목민이다.

당시 내가 썼던 모든 글을 읽고 나자 흥이 났다. 다시 디자인 의욕이 생겨났다. 문제는 이미 3년이 지났는데 감각이 살아 있느냐 하는 것. 뭐든 손을 댔다 하면 집중적으로 매달리다가 손을 떼면 몇 년이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게임 제작도 마찬가지여서 예전에는 수십 점이나 만들었는데 이제는 거의 다 까먹어 버렸다. 하물며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작업하고 그만둔 디자인 작업이 가능할까?

하지만 일단 다시 시작하자 모든 감각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서 옛 선현들은(?) 이런 말을 남긴 것이다.

“머리로만 기억하지 말고 몸으로 행하라. 머리로 기억한 것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몸에 밴 것은 잊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디자인 작업을 그만둔 지 3년이 지났지만, 내 손은 기억하고 있었다. 굳이 뇌를 굴리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작업을 행한다. 무의식의 힘이다. 이미 3년 전에도 이런 비유를 든 적이 있다.

“당신은 눈앞의 음식을 집어먹기 위해 일일이 뇌에서 계산을 하고 손에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다. 그것은 자동으로 행해질 뿐이다.”

다만 작업 과정이 워낙 복잡하므로 예전의 작품을 참고하기는 했다.

그렇게 해서 새로 디자인한 작품이 4륜 장갑 지휘차량 지크프리트 “And/Dn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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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뇌의가호 | 2013/01/19 15:33 | 메카뇌즘 Mechanoesm | 트랙백 | 덧글(0)
뇌봇의 번뇌: 소녀와 야수 -끝-

 

 

 

엔젤아이는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뒤에서는 미친 기계 괴물이 쫓아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지금까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소녀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닌데, 그 소녀와 무척 친한 야수가 쫓아오고 있었다. 또한 그 야수를 공격한 적도 없다. 아니, 뇌봇은 야수처럼 보이지만 야수는 아니었다. 적어도 모든 로봇은 인간을 공격할 수 없다. 그것이 인간형 로봇이건, 아니면 동물형―빌어먹을 동물!― 로봇이건. 그것은 제1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였다.

다시 한 번 힐끔 뒤를 돌아보던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시에 발걸음이 늦추어졌고, 이내 멈추었다.

뭔가 이상했다. 뇌봇이 추격을 멈추는가 싶더니 이내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로봇이 아닌 생체로 이루어진 동물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위협적인 대상을 내쫓다가 충분히 멀어졌다고 여기면 되돌아가는 것. 그러나 그리핀의 행동은 그것이 아니었다. 몹시 당황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겁지겁 달려갔다. 마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그리핀은 전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신체 곳곳에, 모든 관절에 동력을 제공하는 서보모터와 피스톤이 미친 듯이 작동하고 있었다. 이미 출력이 최대치에 달한 동력 장치들은 거의 불타 버릴 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낯선 침입자를 쫓을 때보다 더욱 더.

난간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춘 그리핀은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불과 얼마 전에 소녀와 함께 느긋하고 평온한,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자리에서 불과 몇 걸음 거리였다. 난간 너머는 깎아지른 수직의 낭떠러지였다. 둑의 높이가 10미터는 되었다. 그 아래쪽으로는 좁은 물길이 흐르고, 양옆에는 산책로가 이어져 있었다.

소녀는 거기에 누워 있었다. 몸이 이상한 형태로 구겨진 채로. 평소와는 다르게, 살아 있을 때와는 다르게, 몹시 이상한 자세를 한 채로.

소녀의 머리 아래쪽에는 액체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그 피는 코에서 흘러나온 한 줄기 액체와도 같은 붉은 색이었다.

그리핀은 고개를 높이 쳐들고는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몹시 처절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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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뇌의가호 | 2011/09/26 16:50 | 뇌블 Noevel | 트랙백 | 덧글(0)
뇌봇의 번뇌: 소녀와 야수 -2-

 

 

“그래서 그리핀이 그 소녀랑 애무―어…… 이런 표현은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바꾸도록 하지.― 다정하게 우애를 과시한 건가?”

우물거리며 이어지는 동료의 말에 노벰버는 고개를 저었다.

“꼭 그런 건 아니겠지. 서 박사님의 말뜻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또, 그리핀은 애완용이 아닌 실험용이라고. 그걸 잊지 말라니까.”

“아! 그렇지? 실험용.”

힐끔 형사의 반응을 살핀 모카카페는 이내 화제를 되돌렸다.

“어쨌든 그 소녀는 선을 넘어섰어. 주의 사항, 그러니까 애완용 로봇을 안아 주는 절차를 무시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얼굴을 비비고 로봇이 자기한테도―자기 몸에도― 얼굴을 비비게 했다고. 이건 정말 큰 문제인데, 소녀는 그게 위법이란 걸 몰랐을까?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무척이나 민감한 사안인데.”

“어려서 그런 게 아냐. 너 애들하고 얼마나 어울려 봤어?”

“뭐, 종종!”

“넌 어울린 게 아니라 가지고 논 거지. 애들을 마치 장난감처럼 생각한 거야. 기계처럼, 아니, 서 박사님 표현을 빌리자면 무기질로 이루어진 기계처럼.”

“그거야, 직업 정신이니까. 아니, 아니! 정정할게. 직업병이라고 해 두지.”

“넌 그게 한계야. 애들은 ‘무기질’의 기계가 아니라고. 아니, 무기질로 이루어진 로봇도 사고방식이나 행동은 유기적으로 느껴져. 하물며 애들은 말할 것도 없지.”

“요지가 뭐야?”

설교를 늘어놓던 노벰버는 동료의 질문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대답했다.

“애들을 너무 우습게보지 말라는 거지. 어려도 알 건 다 알아. 미디어에서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세뇌가 될 정도로 가르쳐서 그런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어. 일고여덟 살 된 애들도 말야. 그런 애들도 성범죄에 대해선 훤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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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뇌의가호 | 2011/09/24 13:35 | 뇌블 Noevel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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