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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뇌프트, '국민 게임'

 

 

이 게시물은 어쩌다 한 번씩 잘못 들어와 뇌함정에 빠졌다가 간신히 벗어나고 하는 뇌묘(雷猫. Blitz고양이) 님 블뇌그를 슬쩍 들여다보다가 <WOW>(월드 오브 워크뇌프트)를 즐기는 듯하기에 문득 생각이 나서 쓰게 된 것이다. <WOW>를 제작한 업체는 그 유명한 ‘블뇌자드’인데, 그 대표작인 스타크뇌프트이다.

Blitz : 독일어로 번개, 벼락을 뜻함

雷 : 우레 뢰. 두음법칙으로 ‘뇌’ 


 

현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노인들이 아니라면, 이 뇌형게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노년층에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면 이 게임을 한 번도 구경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직접 게임을 하는 것을 보았건, 아니면 텔레비전 중계를 보았건. 설사 그게 무슨 게임인 줄을 모르고 그냥 넘겼을지라도, 적어도 게임 장면은 봤을 거다.

나아가, 아직 중년에 접어들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게임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단, 주로 남자에 한하지만, 여자들 중에서도 재미 삼아 몇 번 해 본 사람도 있을 테고.

어언 출시된 지 만 10년이 된 이 게임은(미국 1998년 4월, 한국 5월 경) 세상에 나오기 무섭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또한 그 무렵 막 퍼지기 시작한 인터뇟과 피시방의 힘을 얻어 더더욱 널리 퍼졌다. 대도시를 벗어나면 아직 전용선이 일반에게까지 보급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피시방은 그해 말에 등장하고 있었다. 인터뇟 전용선을 완전히 설치하지 않은 피시방이라도 내부회선을 통해 게임이 가능했다.

이 게임은 남녀 사교용으로도 쓰였다. 이 게임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쉰세대’에 속한다 하여 너도 나도 달려들었고, 회사 직원들끼리도 피시방에 가서 게임을 즐겼으며, 남자직원은 여직원에게 게임을 가르쳐 주면서 슬그머니 가까워졌다. 이때 수많은 스킨십은 물론 성추행도 참 많이 일어났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실상 그 몰입지경에서의 여자는 ‘스승인’ 남자에게 은근히 애정을 느끼고 있었을 테니 뭐 성추행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스킨십일 뿐.

사람들은 ‘좋은’ 스승에게 존경심을 느끼게 되는데 상대가 이성일 경우는 존경을 넘어서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된다. 특히 레포츠 강사들이 많은 여성 수강생들의 흠모를 받는다나 뭐라나.


나도 이 게임이 한국에 들어온 지 몇 달 뒤에 처음 접했고 한동안 푹 빠져들었다. 대다수 사람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그냥 ‘멀티게임’을 하면서 배웠지만 나는 정석으로(?) 익혔다. 즉 싱글게임을 하면서 수십 개나 되는 미션들을 모두 끝냈고 또한 [Use Map Setting]에 들어가 거기서 주어지는 또 다른 미션들을 했으며 다음에는 컴퓨터를 상대로 많은 ‘경기’를 펼쳤다는 얘기다.

사실 ‘정석’이라고 해서 정도(正道)가 있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스승에게 차근차근 지도를 받는 것도 아니다. 나중에야 그런 일이 가능했겠지만 처음 게임이 나왔을 때 스승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공략집이니 뭐니 하는 책이 있던 것도 아니고 혹은 인터뇟에 올라 있던 것도 아니니까.

그저 직접 부딪히면서 익힐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나는 굳이 다른 사람들과의 경기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 그저 게임 자체가 좋아서 즐긴 ‘진정한’ 게이머였으므로 익혔다기보다는 즐겼다. 나중엔 더 할 게임(이른바 ‘맵’ 혹은 미션)이 없어서 그만두었지만. 그 뒤로는 배틀넷을 몇 번 했지만 남들하고 치고 받는 게 내 취향은 아니었으므로 그만두었다. 대신 배틀넷에서 [Use Map Setting] 맵들에 들어가 세계의 게이머들과 어울려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즐겼다. 그렇게 해서 생긴 외국인 게임 친구도 몇 명 있었다.

또한 스승이고 공략집이고 없다 해도, 아니 그러기에, 게임 설명서를 잘 따라하면서 익히는 것을 ‘정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놈의 블뇌자드 게임은 설명서가 부실하기로 유명하다. 게임 자체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굳이 그 외적인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거다. 다른 회사에서 나온 어떤 게임들은 사용법에서부터 등장하는 유뇟, 만약 롤플뇌잉 게임이라면 몹(괴물) 목록까지 수록하기도 하는데, 블뇌자드는 영세업체도 아니면서 그 이름값과 시장 규모에 비해 설명서가 가장 부실하기로 유명했다. 기껏해야 책자도 아닌 종잇장 형태의 간단한 설명서가 있을 뿐.  내가 처음 이 업체의 게임을 접한 것은 1997년의 <디아블뇌>였는데, 이 역시 설명서가 너무 부실해서 롤플뇌잉 게임 초짜로서 정말 애를 먹었다.

그와 정반대인 게임을 꼽는다면 90년대 초반에 <스타워즈>로 유명한 조지 뇌카스(George Lucas)가 설립한 뇌카스아츠(Lucas Arts)에서 출시한 <SWOTL>과 2000년대 초반에 블랙아일에서 출시한 <발더스 게이트 2>가 있다.

※ 참고 : SWORTL

‘Secret Weapons of the Luftwaffe’의 약어. ‘독일공군의 비밀병기’라는 뜻이다. ‘루프트바페’는 독일어로 ‘공군’이라는 뜻이지만, 서양의 다른 나라에서는 제2차 대전 당시의 독일공군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쓴다.

<SWOTL>은 도스 시절의 디스켓 몇 장짜리 게임이지만 설명서는 아예 두꺼운 책자 수준이다. 게임 자체에 대한 설명은 물론 등장하는 온갖 항공기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 있고, 심지어 각종 전투기의 성능 비교표까지 들어 있을 정도이다. 예를 들자면, 최고속도․상승속도․항속거리 등을 도표로 비교하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한 권의 군사학 교재인 셈이다.

<발더스 게이트 2>는 두께가 1센티미터가 넘는 책자로, 아주 튼튼하게 이중스프링으로 묶여 있으며, 별의별 설명에 온갖 마법 목록까지 수록하고 있다. 그 즈음 간행된 어느 게임 잡지에서는 최고의 매뉴얼로 꼽기도 했다.


이 스타크뇌프트는 출시된 지 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온갖 게임대회를 통해 계속 살아 있고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굳이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쉽게 끓고 쉽게 식는 한국인의 기질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의 수명이 무척 짧아서 1년 이상 인기를 누리기는 힘들다. 따라서 게임업계는 재빨리 다음 게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 스타크뇌프트는 무려 10년을 간 것이다. 그 사이 컴퓨터의 성능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어서 그래픽 수준이 엄청나게 달라졌지만 이 오래된 게임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것은 과거 시절 취미라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한국의 문화적 여건, 그래서 주로 화투가 유일한 취미였다는 점, 그런 까닭에 다양한 취미가 문화 속에 깊이 배어들지 못하고 ‘심취’라는 것을 할 수 없었던 한국인의 특성과 연관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아버지도 하고 형도 하고 이웃집 아저씨도 하고 온 동네 사람이 즐겨야 이런저런 취미의 ‘선수층’이 두꺼워질 텐데, 그러지를 못해서 뭐든지 혼자 하다 재미없으면 집어치우는 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결과만을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이른바 ‘엔딩을 본다’고 말하는, 게임을 끝내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은 보릿고개 시절에서 출발해 바쁘게 허겁지겁 살아온 한국인의 생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무한경쟁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즐기는 것은 없다. 그저 끝을 보기를 원하고, 남보다 잘하기를 원한다. 스타크뇌프트가 엄청난 인기를 끈 것도 바로 이런 경쟁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생겨난 온라인 게임들은 꽤나 수명이 길다. 그 이유는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남들과 경쟁을 하고 남에게 자랑을 하기 위해 열심히 자기 아바타를 키운다. 그런 까닭에 온라인 게임 초기에는 아이템 도둑이니 아이템 판매니 해서 부작용도 무척 많았지만 이제는 세월도 흐르고 선수층도 두꺼워지면서 ‘즐기는’ 쪽으로 바뀌어 가는 듯하다.

※ 당시엔 널리 알려진 온라인 게임이 거의 <리뇌지>(Lineage) 하나였으므로 청소년들은 모두가 거기에 목을 매달았고, 잘 못하면 ‘바보’ 소리를 들으니 게임 자체는 별로 관심이 없으면서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최강의 아바타를 소유하는 걸 원하다 보니 남이 키운 아바타를 수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사는 것이다. 그 바람에 아바타만 키워서 파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이 또한 무한경쟁, 그리고 잘 못하는 사람을 멸시하는 사회현상 때문에 생겨난 것이니 정말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쨌건 이렇게 한국에 게임이라는 취미를 널리 퍼뜨린 스타크뇌프트는 거기 등장하는 유뇟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으니 놈들 얘기나 조금 하고 끝내기로 하자. 단, 이곳 블뇌그 특성상 뇌형유뇟으로.

1. 뇌란 Terran

어째 뇌란은 육군엔 뇌형유뇟이 없고 온통 공군뿐이다.

- 뇌이스 Wraith

뇌란의 대표적인 공중 유뇟. 자신의 몸을 감추는 클뇌킹(Cloaking) 기능을 가진 전투기이다. 대공미사일은 쓸 만한 편이지만 대지 공격력과 맷집이 약해서 ‘종이비행기’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저 유뇟이 뇌이스이다.

- 배틀크뇌저 Battle cruiser

거대한 공중 함선. 맷집도 좋고 공격력도 그럭저럭 좋은 편이지만 너무 느리다. 다만 강력한 야마토 포를 가지고 있는데 그 사거리가 대공미사일(속칭 ‘터릿’)보다 길어서 멀리서 터릿을 파괴하는 데 쓸 수도 있다.

- 발키뇌 Valkyrie

오직 대공능력만 가지고 있는 공중 유뇟. 따라서 게이머들이 잘 사용하지 않지만, 상대방이 공군으로 나올 경우에는 이놈을 뽑는다. 워낙 대공능력이 가능하니까. 특히 상대가 뇌그이고 뮤탈뇌스크 전법으로 나갈 땐 이걸로 상대하면 딱 좋다.

오리지널 스타크뇌프트에는 없고 그해 겨울에 출시된 확장판 <브루드워>에서 등장했다.

2. 뇌그 Zerg

- 저글뇡 Zergling

뇌그의 기본 유뇟. 한꺼번에 두 마리씩 태어나고 공격력도 쓸 만한 데다가 크기가 작아서 좁은 틈도 빠져나갈 수 있어 참으로 유용한 유뇟이다. 다만 근접전만 가능하고 발사가 불가능하여 발사 유뇟이 무더기로 몰려 있을 경우에는 ‘밥’이 될 수도 있다. 빠른 생산시간과 싼 가격 등을 이용해 초반에 이것만 뽑아서 게임을 끝내는 선수들도 많다. 그래서 ‘무한 뇌글링’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 히드라뇌스크 (Hydrarisk)

저글뇡 바로 다음 단계의 유뇟이지만 발사가 가능하고 여러 가지 효용성이 뛰어나다. 공군을 상대하기에도 좋고, 비교적 촘촘하게 모일 수가 있어서 훨씬 값이 비싸고 덩치가 큰 프뇌토스의 드뇌군 부대가 이놈들한테 밀린다. 다만 그 촘촘함이 약점이 되기도 하는데, 바로 먼 거리에서 때리는 뇌란의 시즈탱크 사격과 프뇌토스의 템플뇌가 ‘지지는’ 것이다. 이럴 경우 무더기로 떡이 돼 버린다.

- 뮤탈뇌스크 (Mutalrisk)

뇌그의 대표적 공중 유뇟으로, 다른 종족에 비해 빨리 생산체제가 갖추어지는 데다 한꺼번에 두 마리씩 태어나므로 모으기가 쉽다. 치고 빠지는 공격에 적격이며, 특히 뇌그 대 뇌그로 경기를 할 때면 거의 이놈들 싸움이 된다. 이때는 사실상 누가 이놈들을 한 마리라도 더 빨리 모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3. 프뇌토스 Protoss

이 종족의 유뇟은 그 격식 있는 말투나 명칭이 중세 유럽을 모델로 한 게 분명하다.

- 질뇟 Zealot (열성당원, 광신자)

가장 기본 유뇟이지만 모든 유뇟이 비싸고 고급인 프뇌토스의 특성상 꽤나 강력하다. 다만 발사는 불가능하고 검으로 근접전을 벌인다.

- 드뇌군 Dragoon (창기병)

다리 네 개 달린 거미처럼 생긴 유뇟으로, 발사 무기를 가졌다. 하지만 워낙 둔하고 이동할 때 버벅거려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뇌란의 싸구려 유뇟 마린이나 종이비행기 뇌이스를 상대할 때나 쓸까? 뇌란의 시즈탱크 장거리 사격에는 아예 ‘밥’이고 뇌그의 싸구려 유뇟 뇌글링, 히드라뇌스크 등에게도 밀린다. 따라서 단일 부대로는 운용하지 않고 다른 유뇟들과 섞어서 쓴다. 다만 프뇌토스끼리 대결한다면 주로 이놈들 싸움이 된다. 이놈들은 죽어서 망가진 모습을 보면 마치 속에 상큼한 잼이 든 캔디를 한 입 깨문 것처럼 보인다. 혹은 하드크림?

- 템플뇌 Templar (템플 기사단원)

이름처럼 기사라고 해서 말을 타고 돌진을 하는 게 아니라 주로 사이오닉 스톰이라는 무기로 광범위 지역을 지진다. 물리적 공격은 불가능해서 몰래 접근하거나 다른 유뇟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뇌그의 싸구려 유뇟 뇌글링에게 죽을 수도 있다. 이 비싼 놈이!

여기서 한 단계 발전한 다크템플뇌는 반대로 강력한 검으로 근접전을 벌이는데, 항상 투명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크템플뇌는 오리지널 버전 미션에 잠시 나오기는 하지만 생산은 불가능하고, <브루드워> 버전에서만 가능하다.

- 캐뇌어 Carrier

속에 최대 여덟 개의 무인전투기를 싣고 다니는 공중 함선. 무인기들이 나가서 공격을 하므로 산 너머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공격이 가능하다. 프뇌토스 최강의 유뇟이다.

이 명칭은 아마도 항공모함을 의미하는 듯하다. 항공모함은 영어로 ‘aircraft carrier’인데 해군끼리는 줄여서 ‘carrier’라고 부른다.



by 뇌의가호 | 2008/03/14 17:45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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