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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섹트워즈!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아라!” 절대 놓치지 마시라! 깡충거미와 병정개미의 처절한 한 판 승부!
병정개미는 부지런히 달리고 초초는 뒤쫓고 있었다. 비록 거대한 턱을 가진 막강 병정개미였지만 너무 근시안인데다 앞만 향해 달리는 미련한 습성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병정개미를 깔볼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병정개미는 일격필살의 무서운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초초는 살살 뒤 를 쫓 고 있 는 것 이 다 .
초초는 꾸준히 병정개미의 뒤를 쫓고 있었다. 비록 자신보다 덩치도 크고 또한 그 강력한 이빨은 곤충계의 지존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굴하지 않았다. 또한 거미에게 독이 있다면 개미에게는 개미산이 있었다. 물리면 웬만한 벌레는 마비되고 만다. 그럼에도 초초는 모험을 하고 있었다. 아니, 모험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삶이었다. 움직이는 물체를 추격해서, 순간적으로 기습하고, 독을 주입하여, 그 숨통을 끊어 버리는 것. 조심스레 뒤를 쫓던 초초는 한순간 기회가 포착되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을 가했다. (00:00:01) 치명타는 아니었다. 그러나 개미는 크게 한 번 비틀거렸고, 이미 독이 주입되어 걸음 속도가 떨어졌다. 초초는 다시 뒤를 따라붙었다. 개미는 반격을 가하려 했지만 초초는 가벼운 백스텝과 사이드스텝으로 가뿐하게 피했다. 개미는 다시 달아났고, 초초는 거리를 유지하며 꾸준히 뒤를 쫓았다. 너무 서두르지도 않았다. 그러나 다시 기회가 닿자 초초는 또 한 번의 공격을 가했다. (00:00:21) 이번에는 좀 더 약했다. 개미는 약간 비틀하다가 달아났다. 초초는 개미가 어서 쓰러지기를 기다리며 부지런히 쫓아갔지만 그 크고 튼튼한 체구는 아직도 건재한 듯싶었다. 조바심이 났다. 언젠가는 쓰러지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여유를 부릴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동물이 나타나 가로챌 수도 있으니까. 그러기에 혹시나 먹이를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바짝 긴장했다. 그러면서도 신중함은 잃지 않았다. 계속 초초가 따라붙자 개미는 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지만, 초초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이미 상대는 판단력을 잃은 상태였다. 개미는 다시 달아났고, 초초는 제자리에 서서 지켜보았다. 너무나도 지루한 싸움이었다. 이제는 쓰러질 때도 되었을 텐데. 개미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잠시 체념 상태에 빠졌던 초초는 기운을 내어 다시 뒤를 쫓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초초는 카운터펀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기 왕성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는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이번에는 아예 개미를 덮쳐서 보다 힘껏 물었다. (00:01:15) 개미는 크게 비틀거렸고, 잠시 허우적거리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초초는 서두르지 않고 얼마쯤 거리를 유지한 채 조용히 지켜보았다. 개미에게는 ‘단 한 방’이 있었다. 아무리 죽어가는 개미라 할지라도, 한 번 물리면 오히려 자신이 끝장날 있었다. 개미가 다시 움직였다. 비틀거리며 초초를 향해 다가왔다. “이판사판 공사판, 너 죽고 나 죽자, 물귀신 작전”으로 초초를 저승길 말동무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초초는 가벼운 백스텝으로 조금씩 뒤로 물러났고, 좌절한 개미는 무릎을 결국 꿇고 말았다. 다리가 여섯 개라서 무릎도 여섯이었다. 얼마쯤 제자리에서 허우적거리던 개미는 곧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00:02:03) 초초는 서두르지 않았다. 조용히 기다렸다. 개미의 체내가 완전히 녹아 맛좋은 수프로 변할 때까지. 조리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너무 서두르고 보채면 주방장이 짜증을 낸다. 자칫하면 심통이 난 주방장이 그 맛좋은 자장면에 가래침을 뱉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조리를 기다릴 때는 입을 닥치고 얌전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깡충거미는 그놈의 입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주둥이 양옆의 더듬이다리를 끝없이 놀려 대는 특성이 있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흘렀다. 개미는 다시 몸을 일으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안간힘을 썼다. 젖 먹던 힘, 아니 애벌레 시절에 먹이를 받아먹던 힘까지 다 짜내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온 유어 피트, 솔저! 그랬다. 그는 보통의 일개미가 아닌 병정(soldier)개미였다. 그러나 병정개미라고 해서 다른 일개미와 특별히 체내 구조가 다른 것도 아니었고 유전자가 다른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어차피 거미의 독에는 녹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꺾인 여섯 개의 무릎은 다시는 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채 몸부림을 칠 뿐이었다. 그 사이에도 초초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지만, 이제는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너무 많은 시간을 끌고 있었다. 이 넓게 펼쳐진 개활지에서 그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자칫하면 다른 동물에게 먹이를 빼앗길 수도 있고, 혹은 거미를 사냥감으로 삼는 대모벌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는 천천히 사이드스텝을 밟으며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렸다. 이번에는 완전히 끝장을 내는 것이다. 눈치를 챈 개미는 단발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발성기관이 없는 개미는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다. 그저 몸으로 대신 표현할 뿐. 베짱이는 가수로 데뷔했는데 개미는 그럴 수 없었던 이유도 노래를 부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베짱이에 대한 이솝의 편애가 아니라 사실이 그러했다. 결국 개미가 빈사 상태에 이르자, 초초는 천천히 다가갔다. 뒤쪽으로부터 접근해서, 엉덩이를 붙잡고 옆으로 굴렀다. (00:03:25) 잘하면 한판승으로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아마추어 유도나 레슬링 경기가 아니었다. 이것은 목숨이 걸린 싸움이었다. 그런데 목숨이 걸린 것이라면? 화성 연쇄살인? 그렇다면 자신은 여성을 뒤에서 겁탈하는 흉악한 강간 살인마가 아닌가. 하긴, 상대는 여성이었다. 모든 개미는 여성이니까. 다만 병정개미는 머리가 너무 커서 팔등신은커녕 육등신도 되지 못했다.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같은 아이돌 가수들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 해도 초초는 좋았다. 덮치는 데 있어 신체 비율이 무슨 필요인가. 그냥 잡아먹으면 되지. 문득 옛 어른들 말씀이 귓전에 울려 퍼졌다. ― 돼지를 얼굴 보고 잡아먹냐? 맞다. 개미도 얼굴은 볼 것도 없다. 앞 못 보는 장님이라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는 기대할 수도 없었다. 땅속에서 진화한 까닭에 아우라 같은 것도 전혀 풍기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어둠, 떠도 어둠, 땅속에 있어도 어둠, 밖으로 나와도 어둠, 그저 어둠 속에서만 사는 벌레였다. 어둠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그저 ‘거시기’뿐. 조상님들이 왜 그리도 애를 많이 낳았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였다. 어둠 속에서는 밥 먹고 하는 짓이 그저……. 자칫 19금으로 갈 수 있으니 이하 생략! 다만 유명한 통속적인 노랫말로 대체할 수는 있었다. ♪ 산 위에 올라갈 땐 오빠 동생 하더니, ♪ 이불 속에 들어가선 여보 당신 하더라. 연쇄살인의 희생양이 된 개미는 허우적거리며 달아나려 했지만 한 번 엉덩이를 꽉 잡은 초초는 놓아 주지 않았다. 넌 이제 끝장이다! 아스타 라 비스타, 베이비! 개미는 최후의 몸부림을 쳤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초초는 개미의 등짝을 물었다. 그런 자신의 행위가 암사자를 덮치는 수사자처럼 생각되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연쇄살인마면 어떻고 수사자면 어떠냐? 그라운드의 에밀리야넨코 표도르처럼 온힘을 다해서 개미를 옆으로 쓰러뜨렸다. 개미도 더 이상 반항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케이오만은 피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마지막 힘을 짜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시즌 성적이 부진한 편인데, 이번에도 케이오로 지면 무슨 망신인가. 망신이라고? 그제야 개미는 깨달았다. 자신이 망상 속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이것은 최소한 목숨은 보장되는 종합격투기 경기가 아니었다. 이것은 생존투쟁이었다. 거미의 독이 몸에 퍼지면서 의식이 흐릿해지다 보니 난데없이 격투기 경기가 떠오른 것이었다. 지난밤에 보았던 그 UFC 경기, 참 재미있었는데. 하지만 현실은 말해 주고 있었다. 생존투쟁은 그리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라고. 개미는 숨을 거두었다.
개미는 모든 동물들이 꺼리는 곤충이다. 거대한 집단을 이룰 경우 커다란 포유동물조차도 위협할 정도이다. 그 정도가 아닌 보편적인 개미 집단이라고 해도 어지간한 동물은 다 쓸어버린다. 하물며 벌레들은 말할 것도 없다. 어찌 보면 개미와 벌 같은 벌목의 곤충들은 맹목적이라고 할 만큼 무모하게 싸우기도 한다. 특히 자신의 집이 공격을 받았을 때에는 죽음을 불사한다. 작년 가을, 들풀거미와 깔때기거미의 집산지인 초등학교에서 들풀거미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곳의 들풀거미들은 이 동네 공원의 개체들과 달라서 개미를 상대로도 꽤나 용감하게 싸웠다. 이 동네 개체들은 일개미를 상대로도 매우 긴장하고 겁을 먹었지만 그 학교의 개체들은 병정개미에게도 마구 덤벼들 정도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개미가 반격을 하려 들면 재빨리 피하는 신중함은 잃지 않았다. 물리면 끝장이니까. 그때 나는 깨달은 바가 있었다. 왜 개미가 거미보다 훨씬 용감한가? 벌레 세계에서는 최상위의 포식자에 해당하는 거미가 왜 그리 겁이 많은가. 나는 <이기적 유전자>를 바탕으로 곧 결론을 얻었다. 개미는 한 집단에서 여왕개미 한 마리를 제하면 아무도 번식을 하지 못한다.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이다. 다만 무모하게 목숨을 걸 필요는 없지만, 다른 벌레들처럼 너무 삶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생명, 보다 근본적으로는 유전자의 목적은 끝없는 번식이다. 그러니 번식을 할 수 없는 개체는 애초 그런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여왕개미가 끝없이 생산하는 형제(자매)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목적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번식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른 벌레들보다 용감할 수 있다. 사람을 비롯한 고등동물이라면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만약 자신이 죽을 경우 자식들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면,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아낀다. 자식은 다음에 또 낳으면 되니까. 다만 자신이 속한 집단이 대신 자식들을 키워 줄 수 있는 사회적 동물이라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도 하는데, 인간도 그 중 하나이다. 복지제도가 성립되지 않은 사회라 해도 어린 아이들이 구걸을 하면서 살아남을 수는 있으니까. 적어도 그 어린 아이들을 잡아먹을 포식자는 없으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무모하게 ‘객기로’ 싸움을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점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어린 자식이 딸린 부모는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오히려 몸을 사려야 한다. 예로 가정을 가진 부모와 갈 데 없는 부랑자가 맞닥뜨린다면 어떨까? 부랑자는 크게 목숨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자기 목숨 하나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을 돌보아야 하므로 함부로 목숨을 버릴 수 없다. 꼭 목숨이 아니라 감옥에 간다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자식을 돌볼 수가 없다.” 개미는 각 개체 스스로가 번식을 할 일이 없으므로 그만큼 집단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이기적’ 사고를 가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형제들의 안녕이 자신과 복제판인 유전자들을 널리 번성시키는 길이다. 이는 동일한 사회 구조를 가진 꿀벌들도 마찬가지다. 종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약간 회색빛이 돌고 윤기가 없는 개미 종은 다른 개미 종에 비해 매우 사납고 저돌적이다. 자신의 집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한다. 무생물까지도. 2009년 가을부터 2010년 봄까지 개미귀신을 기르면서 먹이로 쓸 개미들을 포획했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채집통의 뚜껑을 열고 한 마리를 넣으면 그 사이 다른 놈들이 달아난다. 처음에는 개미귀신 사육통을 직접 들고 다녔지만, 그럴 때마다 진동으로 인해 함정(모래지옥)은 무너지고 개미귀신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 경우 개미를 넣어 줘도 한 시간이 지나도록 먹지 않을 때도 있다. 다시 개미지옥을 만드는 데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 까닭에 따로 채집통을 들고 개미를 잡으러 다녔는데, 이미 잡아 넣은 개미가 달아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가 좀 멀리 떨어진 ‘개미귀신’ 공원에서 꽤 규모가 큰 개미집을 발견하고는 그 뒤로는 그곳을 털었다. 그 회색의 개미들은 굳이 잡을 필요도 없다. 그 위에 통을 거꾸로 놓으면 제 놈들이 알아서 그 속으로 들어간다. 아니, 아예 통 전체를 감싸고 물어뜯고 난리다. 그 어떤 물건을 올려놓아도 놈들은 떼로 공격한다. 그 종의 명칭은 모르겠지만 병정개미가 따로 있지 않다. 모든 일개미가 사납고 공격적이다. 그 근처에는 다른 개미집들도 꽤 많다. 그 중에는 종이 다른, 좀 더 큰 개미 종들도 서식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병정개미의 덩치는 압도적이었다. 병정개미들의 비율이 꽤 높은 것으로 볼 때 날마다 싸움질이나 하는(크학학!) 집단 같았다. 온통 발에 채는 것이 병정개미였으니까. 그 중 한 마리를 잡아서 사나운 회색 개미 집 위에 떨어뜨렸다. 수백 마리가 우글거리는 한복판에 떨어진 병정개미의 운명은 어찌됐을까? 끔찍하게 갈기갈기 찢기는 병정개미의 모습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곧 실망할 것이다. 병정개미는 가뿐하게 ‘악의 무리’를 헤치고 벗어난다. 다시 잡아다 떨어드렸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사나운 일개미 무리가 침입자인 병정개미 한 마리를 처리하지 못한다. 어쩌다 다리를 물었다 해도, 병정개미가 몸을 구부려 한 번 물어 버리면 그대로 떨어져 나간다. 그 광경은 마치 프로 미식축구 선수가 초등학생들을 헤치고 골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과도 같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자 병정개미도 지쳐서 결국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 한 마리에 일개미가 최소 여덟 마리 이상 들러붙는다. 다리 여섯 개, 그리고 더듬이 두 개. 심하면 열 마리까지 들러붙는다. 그 대단하던 녀석도 곧 최후를 맞이하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자리를 떴다가 돌아가 보면 어느새 병정개미는 다시 달아나고 있다. 다른 어떤 덩치 큰 벌레도 개미 대군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데 병정개미 한 마리가 전체를 들쑤셔 놓고 잘도 도망친다. 침입자의 냄새를 맡은 회색 개미들은 이리저리 쫓으면서 난리를 떨지만 빠르게 달아나는 병정개미의 발을 걸어 쓰러뜨리는 놈은 거의 없다. 만약 병정개미 열 마리 정도가 쳐들어가면 그 사나운 일개미 무리도 순식간에 공황에 휩싸일 듯하다. 개미의 침에는 개미산이라 불리는 마취제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까닭에 웬만큼 큰 곤충도 개미 몇 마리에게 공격을 당하면 달아날 생각을 접어야 한다. 얼마 뒤에는 갈가리 찢기고 분해되어 개미의 굴로 운반된다. 마치 <스타워즈>에서 악의 소굴에 들어갔다가 사지를 절단 당한 수다쟁이 로봇 C3PO처럼. 그런 까닭에 거미도 개미를 상대할 때는 주의한다. 반쯤 자란 들풀개미에게 벌레를 먹이로 주었을 때 가장 경계하는 대상은 역시 개미이다. 상대가 파리 따위라면 자기보다 체중이 몇 배나 더 나가도 그대로 달려들어 온갖 종합격투기 기술을 발휘하며 내실로 끌고 간다. 그러나 상대가 개미라면 기습적으로 한 번 문 뒤에 죽을 때까지 기다린다. 개미는 이빨과 개미산도 치명적인 무기이지만, 곤충으로서는 드물게 몸을 구부려 반격할 수 있는 까닭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일단 개미를 문 거미는 상대가 완전히 죽을 때까지 제자리에서 조용히 지켜본다. 하물며 상대가 병정개미라면 말할 바가 아니다. 바위틈에 사는 깔때기거미는 주된 먹이가 같은 영역을 소유하는 개미이다. 한 번은 포획한 성체 깔때기거미의 통에 병정개미를 넣어 줬는데, 덩치가 큰 깔때기거미는 여유롭게 개미를 공격했다. 그런데 개미가 몸을 구부려 다리를 물자 거미는 기겁을 하며 달아났다. 깔때기거미에게는 개미산에 대한 면역성이 얼마쯤 있을 것도 같은데, 병정개미가 커다란 턱으로 가하는 ‘물리적’ 공격에는 면역성이 있을 수가 없다. ※ 그 얼마 뒤에 꼬마들 덕분에 깔때기거미가 개미산에 얼마나 견디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덜 자란 개체였는데 열 마리가 넘는 개미와 한 통에 들어 있었다. 개미들에게 공격을 당하면서도 거미는 제법 잘 버텼지만 결국은 사망의 경지에 돌입했다. 다만 비슷한 크기의 다른 곤충들보다는 훨씬 잘 견디는 듯했다. 딱정벌레에는 육식성(길앞잡이 따위)이건 아니건(하늘소)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종들도 있지만 그 파괴력이 병정개미보다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어지간한 크기라면, 사람 손가락에 이빨이 박힐 정도로 강하게 무는 종은 흔치 않다. 병정개미는 가뿐하게 사람의 손가락 피부를 뚫는다. 그런데 우리의 깡충거미는 그 대단한 병정개미를 사냥한다. 얼마 전에 거미를 전문적으로 관찰하고 분류하는 블로그에서 수개미를 상대로 싸우는 깡충거미의 동영상을 본 적 있다. 녀석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개미는 병정개미처럼 전투적이지는 않다. 대가리가 큰 만큼 무는 힘도 세겠지만 병정개미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자기보다 훨씬 큰 수개미를 사냥하는 깡충거미에게 감탄했다. 그런데 자연적인 상태에서 병정개미를 사냥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또한 그 블로그에서 본 종은 좀 특별한 것이라서 주변에서 흔히 보는 종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그런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화질이 좋지 않아서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지만, 이 깡충거미는 체색이 갈색이고 미세한 검은 점박이 무늬가 있다. 배는 눈에 튈 정도로 흰색이다. 그래서 녀석을 통에서 기를 때 둥지를 만들어 들어가 있으면 알을 낳은 것으로 착각할 때가 많았다. 이 깡충거미가 얼마나 겁대가리가 없는지는 이미 그보다 몇 주 전에 확인한 바 있다. 동일 개체인지는 모르겠지만 체색이 같았고, 체구도 비슷했다. 또한 발견한 위치도 거의 비슷했다. 그때 잠자리 한 마리가 저공으로 날아 지나갔다. 그런데 그것을 따라 움직이는 작은 물체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깡충거미였다. 뭐야? 미친놈 아냐? 잠자리를 쫓아가다니. 그때는 아무래도 미심쩍었다. 그보다는 그 근처에서 움직이던 다른 벌레를 쫓아갔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 그래서 정말 그 거미가 잠자리를 쫓아간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상대방의 크기를 착각한 것이 아닌 이상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그 근처에서 커다란 왕바구미를 발견했다. 지금까지 본 개체 중 가장 커서 자를 대고 촬영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득 발아래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병정개미였다. 새카만 색이라 맨땅에서는 금세 눈에 띈다. 그런데 그 뒤를 따라 움직이는 것, 깡충거미였다. 처음에는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설마 병정개미를 사냥할까? 그런데 계속 그 뒤를 쫓는 듯하다. 그래서 급히 동영상 촬영을 준비했는데,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바짝 따라붙어 있었다. 아쉽게도 조금 늦었다. 그러나 촬영한 영상을 확인해 보니 늦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깡충거미는 때로 개미가 멀어질 때까지 지켜보고, 그러다 바짝 따라붙기도 한다. 그러니 계속 그런 패턴이 반복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4분 이상에 걸친 멋진 쇼를 보여 주었다. 사냥이 끝난 뒤 나는 조그만 포획 통을 꺼내 조심스레 들이댔다. 시력이 매우 좋은 깡충거미는 내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는데, 통을 들이대자 더욱 경계했다. 뚜껑으로 밀자 조심조심 통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개미를 입에 물고 있는 채로. 이것이 정주성 거미와의 차이점이다. 정주성 거미는 위협을 느끼면 먹이를 놓고 내뺀다. 어차피 자기 집 안에 있는 먹이라 달아날 염려도 없으니까. 또한 차후 비교적 쉽게 또 다른 먹이를 잡을 수도 있다. 그에 비해 발로 열심히 뛰지 않으면 먹이를 잡을 수 없는 배회성 거미는 훨씬 집착이 강할 것이다. 특히 한참 쫓고 싸워서 얻은 먹이를 쉽사리 내버릴 수는 없다. 그런 까닭에 웬만한 위기 상황에서도 먹이는 꼭 붙든 채 이동한다.
깡충거미가 개미를 완전히 제압한 뒤, 채집하기 직전에 촬영한 것이다. 자를 들이댄 것은 꼭 몸길이를 재려던 것은 아니었고, 그에 앞서 몸길이를 재려던 왕바구미 때문에 꺼낸 김에 옆에 놓아 본 것이다. 영상을 보면 깡충거미가 카메라를 몹시 경계하면서 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깡충거미가 개미를 완전히 제압한 뒤 촬영한 장면으로, 화질이 좋지 않지만 목덜미를 물고 있는 것은 알아볼 수 있다. 만약 정지 사진으로 본다면 둘이 스모 경기를 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아래 영상(073032)은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것으로, 카메라가 가까이 가자 개미를 끌고 달아나려 하고 있다.
앞에 말한 어느 블로그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다른 거미라면 한 번 공격에 실패하면 대부분 포기한다. 그에 비해 깡충거미는 거듭 공격한다.” 나는 닷거미 아난시를 길러 보았지만 거의 매복 공격이었다. 먹이가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불시에 기습한다. 그러니 실패하면 포기할 것이다. 그에 비해 기동성이 뛰어난 깡충거미는 연달아 공격한다. 이 녀석의 애칭은 앞의 ‘위대한’ 서사적 작품을 통해 이미 알겠지만, 그냥 초초가 아닌 초초2이다. 초초는 맨 처음 기른 깡충거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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