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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왕거미
2011/08/19   ※ 참고 - 거미의 집짓기 관찰
2011/07/31   거미의 건설 현장 - 1. 괘론 [3]
※ 참고 - 거미의 집짓기 관찰






※ 이것은 (아마도 중고등학생인 듯한) 김희선 님의 댓글을 읽고는 급히 작성한 게시물이다. 방학 과제물로 거미 연구를 택했다는 점이 하도 기특하게(크학학!) 느껴져서 그런 것이다.

위의 동영상은 각각 8월 13일과 15일에 동일한 왕거미 개체(몸길이 약 2센티미터 이내)가 집을 짓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흔히 거미는 매일 새로 집을 짓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에 이 블뇌그에서 말했듯이 커다란 개체들은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그보다는 덜 자란 녀석들(특히 몸길이 1.5센티미터 이내)이 훨씬 부지런해서 거의 매일 새로 짓는다.

댓글에 대한 답글에서도 간단히 설명했지만, 흔히들 거미집이라면 왕거미나 무당거미, 혹은 호랑거미 따위를 떠올린다. 그런데 이들을 집에서 기르며 관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방학 과제물이라도 집 안에서 거미가 버젓하게 활보(!)하게 놔 둘 부모님은 없을 테니까. 정말 그런 거미류라면 활보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거미는 자기가 원하는 위치에 집을 짓지, 사람이 ‘시킨다고’ 하지는 않으니까.

심지어 비교적 작은 공간에 나뭇잎 따위를 끌어 모아 외부로부터 보이지 않는 동굴 형태의 방을 만드는 들풀거미도, 아무리 사람이 골조나 나뭇잎 따위로 여건을 갖추어 주어도 거기에 집(방)을 만들지는 않는다. 집을 짓는 건 거미 마음이다. 왜? 거기 입주해 사는 것은 거미의 주인(?)이 아닌 거미 자신이니까. 시공자인 동시에 입주자이니 자기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형태의 내실을 만들고, 그 출입구를 기점으로 하여 그물을 펼쳐 나간다. 그것도 하루 사이에 끝나는 공사가 아니다. 날마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작업을 해서 그 범위를 넓혀 나간다.

김희선 님은 방학이 거의 끝나 가는데 언제 거미를 부추겨 집을 짓게 할는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들풀거미는 길어야 반나절이면 적응한다. 더 빠른 시공을 보려면 시커먼 깔때기거미가 좋다. 다만 깔때기거미는 바위틈에 집을 짓는 까닭에 잡기가 훨씬 어렵다. 작은 개체의 경우 적응력이 떨어져 하루 이상이 지나도 집을 짓지 않을 때가 많다. 몸길이 2센티미터 가까이 되는 성체의 경우 적응이 꽤 빨라서 처음 포획한 통에서도 금세 임시 집을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성체일수록 좋지만 이미 말했듯이 잡기가 무척 힘들다.

역시 가장 좋은 것은 들풀거미이다.

혹은 그냥 저녁 무렵에 가까운 공원 등지에 가서 왕거미나 무당거미를 관찰하는 쪽이 낫다. 만약 제대로 기르기 힘들다면. 들풀거미는 집 짓는 현장을 관찰하기가 어렵다. 대신 집에서 기르면 훨씬 쉽다.

따라서 들풀거미를 추천한다.

다음 동영상은 내가 7월 15일부터 기르고 있는 들풀거미 ‘미미’가 새 집을 짓는 모습이다. 그동안 소형 곤충사육통에서 기르다가 거미집이 너무 낡고 벌레 시체로 가득해서 8월 17일에 새로운 통으로 옮겼다.

녀석이 거주지 철거/퇴출의 ‘충격’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데는 얼마쯤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벗어나려고 바동거리다가, 얼마쯤 지나면 체념하고 그곳을 자기 보금자리로 삼는다. 그 후 조금씩 집을 지어 나가는 모습을 틈틈이 동영상에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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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뇌의가호 | 2011/08/19 11:11 | 뇌벌레 | 트랙백 | 덧글(0)
거미의 건설 현장 - 1. 괘론

[사진] 들풀거미의 빌라
(‘콕’ 찍으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괘론(掛論)

 


거미집, 하면 거의 누구나 맨 먼저 허공에 방사상으로 집을 짓는 왕거미 유형을 떠올릴 것이다. 나도 재작년까지는 그랬‘었’다.

다만 허공에 집을 짓는다 해도 방사상이 아니라 불규칙적이고 지저분한 무허가 판자집(크학학!) 형태의 집을 짓는 종들도 많다. 출신 성분이 미천한 건가? 맞다. 애초 유전자가 그러니까. 그렇다고 해서 자연 생태계에서 출신 성분을 따질 일은 무엇인가.

따질 일이다.

왜냐하면 높은 곳에 번듯한 형태로 광활하게 집을 짓는 종들은 모두 덩치가 크다. 그에 비해 구석진 곳에 지저분하게 짓는 종들은 훨씬 작다. 애초부터 이들은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

특히 거미들이 인간과 유착하면서, 기술문명의 발전에 따른 영향도 매우 크게 받았다. 바로 전깃불의 등장이다. 알다시피 불빛에는 많은 벌레들이 모여든다. 곤충이 대표적인데, 날개가 달려서 비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빛을 구석지고 낮은 곳에 켜 두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 당연히 널리 비출 수 있도록 높은 곳에 설치한다. 전깃불의 등장 이전에도 횃불이나 가스등 등이 사용되었지만 그 범위는 매우 좁은 편이었다. 그러나 전깃불은 도시 밖까지 가로등의 범위를 넓혔다.

전깃불이 발명되고 사용된 지도 백 년이 넘었다. 그 사이 거미의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다. 진화의 역사에 있어서는 무척 짧은 기간이지만, 신체 구조가 비교적 덜 복잡하고 변이가 많은 동물들은 그 사이에도 변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어쩌면 ‘인위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미에게도 ‘아파트’라 불릴 만한 주거 형태가 있다. 수풀이 무성한 시골길의 높은 전신주에 설치된 가로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왜 전신주인가 하면, 보통의 가로등은 기둥이 아주 매끈해서 거미가 집을 짓기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은 꼭대기의 ‘고개를 숙인’ 부분에 집을 짓는다. 그런데 전신주는 사람이 오를 수 있도록 많은 돌출물이 나 있어 거미가 집을 짓기에 편리하다. 그런 곳에 집을 짓는 거미는 거의 왕거미이다.

깊은 밤에 수풀 사이로 난 시골길에서 전신주에 설치된 가로등을 지켜본 적이 있다. 그 광경은 압권이었다. 수많은 왕거미들이 집을 지어 놓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도 계급 구조가 존재한다.

맨 위쪽, 불빛과 가장 가까운 곳에는 가장 큰 거미줄에 가장 큰 개체가 자리하고 있다. 아래쪽으로 갈수록 개체들의 크기는 작아진다. 벌레는 불빛에 달려들기 때문에, 불빛에 가까울수록 명당자리다. 그러니 어느 거미나 그 자리를 탐낼 것이고, 힘의 논리에 의해 강한 놈이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그래서 불빛에서 멀수록 약한 놈이 살게 된다. 인간 사회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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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뇌의가호 | 2011/07/31 16:20 | 뇌벌레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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